한비자와 마키아벨리양장 (법과 정의에 관한 연구노트)

저자
박영철
출판사
퍼플
출판일
20250606
ISBN
9788924160345
ISBN 등록 지역
대한민국 (ISBN 978-89)

소개

한비자와 마키아벨리는 흔히 동서양을 대표하는 권모술수의 대표로서 나란히 거론되곤 한다. 한비자의 인간불신에 가득한 법술적인 법치주의에 의한 강력한 군주론과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때로 술수를 불사하는 냉혹한 군주론은 비슷해 보이는 면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인 관찰이고 역사적으로 조명하면 양자의 차이가 뚜렷해 보이는 것 같다. 두 사람은 무려 천수백 년의 시공을 격한 다른 문명을 배경으로 한 사상가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로마공화정의 전통을 계승하여 공동체를 구성하는 시민의 동의를 토대로 이탈리아를 위협하는 외적의 침입을 몰아내고 옛 로마와 같은 이탈리아를 부활시킬 민족국가의 염원을 담은 큰 그림의 일부로 보인다. 마키아벨리가 강력한 군주의 출현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시민의 동의를 염두에 둔 공화주의자였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의 주장은 로마공화정의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한비자의 법치주의도 국민의 복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전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법가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화주의자 마키아벨리와 큰 차이가 있다. 한비자와 마키아벨리의 국가 건설은 전쟁을 요구하고 많은 사람의 희생을 치를 것이다. 그러나 같은 희생이라도 강제적인 것과 자발적인 것은 그 성격이 다르다. 같은 법치라고 해도 전제주의적인 법치는 구성원의 동의가 없는 강제된 것이어서 공포와 불만을 낳을 것이고 패배하기 쉽다. 공화주의적인 법치는 동의에 입각한 자유로운 것이어서 자부와 명예를 낳을 것이고 승리를 가져오기 쉽다. 법가의 상벌에 의한 능력주의적 승진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목숨을 보상받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원망을 낳을 수밖에 없는 치명적 모순을 내포한다. 이와 반면에 공화주의자의 싸움은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자발적인 것으로서, 보상할 필요도 없는 그 자체로 해야만 할 명예로운 것이다. 법가의 법치주의는 법에 대한 무조건 복종을 요구하므로 법과 정의와의 간극은 크고, 공화주의자의 법치주의에서는 법에 대한 복종이 자유이므로 법과 정의와의 간극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물론 법에 대한 자유로운 복종을 위해서는 법에 대한 교육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법은 정부의 독점이었고 경외시된 반면, 서구에서는 시민에게 개방되고 존중된 것도 법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처럼 한비자와 마키아벨리는 권모술수의 대가로 한 묶음 될 것이 아니라, 각각 획일적인 전제주의와 자유로운 공화주의를 대변하는 사상가로 대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