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양태철 소설 《내 안의 법정》에서 법정은 더 이상 차갑고 무거운 건물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양태철의 소설 《내 안의 법정》은 그 법정을 우리 내면으로 끌어들인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심판의 목소리, 억눌린 증언, 지워지지 않는 죄와 억울함의 그림자가 바로 이 작품의 무대다. 주인공 하윤과 서린은 이 법정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피해자와 가해자, 혹은 사랑과 증오의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엇갈리고, 그림자는 겹치며, 언어는 늘 증언과 부인의 경계 위에 놓인다. 독자는 어느 순간 피고인의 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또다른 순간에는 증언대에 선 목소리로 바뀌어 간다. 양태철은 날카로운 문체와 시적인 상징으로, 현실과 상상의 법정을 교차시킨다. 피고인석은 억울한 이가 앉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 안의 상처가 드러나는 자리다. 법정은 진실을 가리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말하지 못한 것, 끝내 증언하지 못한 것이 가장 강력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공간이다. 작품 속에서 하윤의 얼굴은 빈 피고인석 위에 그림자처럼 겹쳐지고, 서린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 언어의 상처로 남는다. 이 소설은 법과 재판을 다루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사랑과 배신, 기억과 망각, 죄와 용서에 관한 깊은 성찰이다.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을 비추는 은유적 법정 드라마인 셈이다. 독자는 책장을 덮는 순간, 자신에게도 은밀한 법정이 있음을, 그곳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심문이 진행 중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양태철은 시인으로, 문학평론가로, 번역가로 활동하며 언어와 상징의 힘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탐구해왔다. 《내 안의 법정》은 그의 문학적 탐구가 소설이라는 형식 속에서 응축된 작품이다.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언어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무게를 증언하는 힘임을 경험하게 된다. 《내 안의 법정》은 단순히 한 사건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열리고 있는 재판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법정에서 최종 판결을 내리는 이는, 다름 아닌 독자 자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