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고향 없음을 불평하지 마라. 어느 산책길에서 별안간 땅속에서 발굴된 고향의 골목길과 집터를 대면할지도 모르니. 고층 아파트와 유리빌딩들이 내려다보는 거대 도시 서울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굴까. 과거에는 무작정 서울에 상경했다가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랐으나, 어느 때부턴가 서울살이의 치열한 경쟁에서 탈락해 길바닥에 나앉은 노숙자들이 앞섰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겉보기엔 성공한 사람으로 여겼는데, 어느 날 빈 아파트에서 고독사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인구 천만이 넘는 서울에서 그를 찾아오는 지인이라고는 구청과 동사무소, 돌봄센터 직원 몇 사람밖에 없다. ‘낮은 창문 앞에 서다’의 저자 고원영은 어떤 지위나 위치에서건 고독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현대인이 구축한 촘촘한 질서와 냉정한 사고방식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려 옛 골목길을 걷는다고 한다. 일탈에 불과하지만 핼스클럽이나 명상센터에 다녀온 것처럼 가볍고 느슨해진다. 골목길에서 볼 수 있는 가난과 나태한 삶의 흔적들에게서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토박이인 저자에게는 골목길이 곧 고향인 셈이다. 낮은 지붕, 낮은 대문, 낮은 담장, 낮은 창문…… 낮은 데로 임하는 동안 자연스레 도시에서의 불안과 고독을 씻어내게 된다.



